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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내막증(난소낭종) 수술 일지 기록: 진단 전까지의 삶 (1)
수술 발견까지의 여러가지 일화들을 잊어버리기 전에 기록하기 위해서 블로그에 일지를 써보기로 했다. 나이가 드니 기억력이 점점 나빠지고 있어서 얼른 기록해두기로 마음먹음. 1. 증상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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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산부인과 진료의 시작
응급실에 간 날은 2023년 5월 1일 월요일 노동자의 날이었다.
응급실에서는 더 이상 진료가 불가하고, 정말 부인과 질병이라면 계속 진료를 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니 고향이 아닌 현재 거주지 분당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복통은 가장 아픈 때에 비해 조금은 익숙해졌기에 부모님께 분당으로 돌아가겠다고 말씀드리고 짐을 챙겨 집을 나섰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다.
진료를 받으려고 결심한 곳은 '분당제일여성병원'이었다.
특별히 알고있는 것은 없으나, 대학병원을 갈 수도 가본 적도 없기에 그냥 분당에서 제일 크고 집과 가까운 병원을 찾았던 것 같다.
고향을 떠날때 들고 온 짐을 그대로 들고 병원을 방문했고, 당시 바로 진료가 가능했던 박지선 교수님이 진료를 봐주셨다.
진단 결과는 즉시 입원필요하다는 답변.
갑자기 입원을 해야한다는 말에 덜컥 겁이 났지만, 다시 짐을 챙겨 올 시간을 달라고 요청하고 집으로 향했다.
5. 나홀로 입원
사실 건대입구역 근처에 살던 시절, 나는 부정출혈로 간단한 시술을 위해 건대부속병원에 잠시 입원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도 가족과 떨어져 살던 나는 혼자 입원했었기 때문에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빠르게 집으로 향해 입원짐을 챙겼다.
고향에 갈때 챙겼던 짐들을 집에 내려놓았고,
늘 외박할때마다 사용하는 세면도구 파우치, 병가결재를 올릴 노트북,
집에 돌아올 때 입을 편한 옷과 모자를 챙겨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 수속을 밟았다.
수속을 밟을 수 있는 시간이 최대 오후 6시였고, 이미 집으로 돌아왔을 때 4~5시 사이였기 때문에 서둘러 입원을 진행했다.
다행히 시간에 세이프하며, 입원 수속을 잘 마쳤다.
분당제일여성병원은 굉장히 친절한 병원이라, 입원 수속부터 링겔바늘 꽂기에 도전하는 간호사 선생님까지 좋지 않은 분들이 없었다.
다만 나는 오전에 응급실에서 이미 잔뜩 손과 팔을 혹사당한 상태라 주사바늘만 봐도 온몸이 떨리는 두려움이 있었는데,
링겔 꽂기가 어려운 건 분당제일여성병원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두려움에 미리 내가 겪은 상황과 혈관이 찾기 어렵다는 점을 말씀드렸더니, 경력이 있으신듯한 선생님께서 번갈아가며 방문하셨고 다행히도 오전보다는 적은 고통으로 한 두 번의 시도 끝에 팔꿈치 안쪽 혈관을 찾아 링겔바늘을 꽃을 수 있게 되었다.
6. 진단명과 치료
진단은 난소의 낭종이 커진 상태이며, 해당 낭종에서 염증이 심하게 발생하여 온몸에 통증을 불러오는 것이라고 했다.
일단 염증증상이 너무 심하니 입원을 해서 염증을 낮추는 항생제를 처방해야한다고 했다.
(당시 약 8cm 정도로 커진 상태임을 초음파로 확인했다.)
그래서 입원 후 치료를 위해 내가하는 일은 그냥 누워서 링겔을 맞는 일이었다.
다행히 1박 2일간 링겔을 맞으며 하복부 통증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다만 팔을 접는 부분에 링겔을 맞고 있기 때문에 팔을 제대로 굽히기가 힘들었고, 잠을 자는 자세도 너무 불편해서 입원생활이 너무 힘들었다.
게다가 회사에는 병가결재를 올려야했다.
이미 주말포함 3일을 쉬었는데, 몸에 병이 나서 결재를 올려야 하다니 너무 눈치가 보였다.
결국 치료를 위해 2박 3일을 입원했고, 3일째 되는 날 퇴원을 요청했다.
더 회사를 쉴 수 없기 때문에 통원치료가 가능하다면 그렇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박지선 선생님은 아직 염증반응이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1일 이상 더 입원치료할 것을 권했지만,
2박간 주사치료 및 잠을 자지 못하는 고통 + 회사 눈치의 콤보로 강하게 퇴원을 주장했고
해당 염증이 가라앉으면 수술진료할 것을 통보받은 후 나는 수술상담을 받고 퇴원을 진행했다.
다행히 다시 이후 염증반응은 오지 않았고 일상으로 복귀했다.
상담에 따르면 수술은 복강경으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검진예약 등을 진행해야 했고, 최소 몇 주간의 진단휴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업무가 바쁜 시즌에 수술을 진행할 수는 없었다.
수술을 해야한다는 압박을 가진채 나는 2023년이 끝날 때까지 차일피일 수술을 미루며 약 7개월을 보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