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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관리 일지

자궁내막증(난소낭종) 수술 일지 기록: 진단 전까지의 삶 (1)

수술 발견까지의 여러가지 일화들을 잊어버리기 전에 기록하기 위해서 블로그에 일지를 써보기로 했다. 

나이가 드니 기억력이 점점 나빠지고 있어서 얼른 기록해두기로 마음먹음. 

 

 

1. 증상 발견 전의 삶

나는 고도비만에 이런저런 잡 질병들을 안고 있지만, 회사에서 매년 좋은 건강검진을 제공해 주고 있어서 특별히 건강문제 때문에 이상을 느끼고 살진 않았다. 물론 그것도 어렸기 때문에 나이로 틀어막았던 것이겠지만.. 일단은 그랬다. 

 

왠지 공복혈당이 좀 올라가는 것 같고

매년 지방간도 계속 발견되고는 있지만 

하복부 초음파에 난소낭종이라는 소견이 있지만

 

원래 현대여성이란건 술과 기름진 음식으로 인한 부작용 한두가지쯤 안고사는것 아니겠어? 하는 생각으로 방치한지 N년째였다. (건강검진 시즌이 되면 회사에서는 누구는 근종이래 누구는 낭종이래 하며 발견된 후기들이 있기 때문에 더 심각한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어리석은 인간아~) 

 

2020년 만29세 당시의 종합검진 결과, 이미 진단지는 모든것들을 경고하고 있었다.

 

2. 증상의 발견

2020년부터 다이어트 성공으로 이런저런 기쁨을 누린것도 잠시

요요로 더크게 살이 쪄버리고 2022~2023년은 요요의 해로 인생의 무기력증이 극에 달하고 있을때였다. 

어차피 망가진 몸 조금 더 망가지는게 뭐 대수겠나 싶었던 나는 의무적인 운동정도만을 하며.. 그냥 살고있던 중 일이 생기고 말았다. 

 

2023년 4월 마지막주, 노동자의 날 연휴를 맞아 가족을 만나러 고향에 내려갔던 나는 저녁밥을 먹고 쉬던 중 아랫배의 통증을 처음 인지했다. 처음에는 소화불량으로 인한 하복부 통증이라고 생각해서, 속이 불편하니 산책을 하고 오겠다며 집밖을 나섰다. 

 

천천히 길을 걷고 있는 도중부터 점점 아랫배의 통증이 심해지기 시작했는데, 주요 증상은 배에 찬 가스가 내 장기를 누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인가?' 

 

장 활동으로 고통받아본적이 거의 없는 나는 이게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겪어본적 없으니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확신에 차서 주말 저녁에 연 약국을 찾아 먼 여정을 떠나기 시작했다. 다행히 발견한 약국에서 해당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약들을 사서 입에 때려넣기 시작했지만 오히려 배는 점점 더 아파오기 시작했다. 

 

볼일을 봐야겠다는 생각에 근처 마트 화장실에 들어갔고, 그쯤에는 온몸이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배탈이 아닌 지금에서야 어이없지만 방귀를 뀌고 볼일을 봐야만 나을거라고 생각한 나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배를 부여잡고 끙끙거리며 마트화장실에서 몇십분을 버텼고, 아무 수확도 없이 마트의 문을 닫을 시간이라는 안내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몸상태는 엉망이었다. 

한걸음 한걸음을 떼는게 고통스러웠고 그때부터 무슨정신으로 집에갔는지 기억이 안날정도로 정말 힘겹게 집에 들어갔다.

 

이미 가족들은 잠들 시간, 일단은 배가 너무 아프고 식은땀이 나니 어떻게든 휴식을 취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늦은밤 이불이 젖도록 뒤척이며 겨우 잠에 들었지만 고통은 전혀 사그라들지 않았다. 

 

아침해가 뜰무렵이 되어서야 나는 응급실에 가야겠으니 도와달라고 가족에게 말을 꺼냈다. 

 

마지막 만찬, 집에서 가족들과 삼겹살에 미나리까지 구우며 신나게 술까지 한잔했다.

 

 

3. 도대체 무슨 질병인지 알 수가 없다. 

아버지 차에 실려 근처 지역의료원 응급실에 갔다. 

병원에서 대기를 하고, 응급의료의에게 증상을 설명하는 동안에도 복통은 멈추질 않았다. 

 

그전에 잊고있던 문제가 있었다. 

 

나는 혈관이 잘 잡히지 않는다. 

얇고 깊게 있어서 링겔바늘을 꽃기가 굉장히 힘든 몸이라는 것이다. 

(뭐 살이쪄서도 있겠지만, 병원에서는 그런문제가 아니라고 늘 말해주긴 한다.) 

 

그 전까지는 딱히 아플일이 많지않아 건강검진에만 얇은 채혈바늘이 사용되었고, 

검진센터에서도 여러번 시도는 되었지만, 일년에 한번이니 당일에만 아프고 내내 잊어버리고 살던 식인 것이다. 

 

응급환자를 대상으로 링겔부터 주사하는건 당연한 일인데, 나는 링겔바늘부터가 고통의 시작이었다. 

굵은 링겔 바늘을 팔과 손목 등등에 일단 시도했으나 실패하는 상황이 계속해서 발생했다. 

처음에는 간호사가, 그리고 (아마도 수련의였을)응급의가, 가장 경력이 높은 수간호사가 오고가며 내 손발을 찌르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성인이 되고 병원에서 큰 소리르 울어본 적이 없는데, 

그 순간 만큼은 복통을 이기는 고통을 겪으며 너무 아프니 살려달라고 오열을 했다. 

 

1시간이 넘도록 링겔바늘조차 못꽃고 상황을 반복했으나 다행히 마지막에 온 간호사께서 어떻게든 바늘을 꽃으셨고.. 

피검사와 X레이, CT촬영까지 시작되었다. 

 

새벽에 온 응급실에서 나는 점심시간이 지날때까지 아무런 진단을 받지못한채 고통을 호소하고있었던 나는 

결과를 받아 약, 주사 처방을 받으면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며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결과를 받고 좌절했다. 

 

'장에는 아무런 이상이나 증상이 보이지 않는다. CT도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아 진단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혹시 여성질병일 수 있으니 산부인과를 가보길 바란다' 

 

증상은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았는데, 응급실에서는 진단을 받지 못한채 퇴원처리를 하게 되었다. 

팔에 서너개의 피멍자국과 함께..